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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 미 부통령의 무례...강대국 지도자답지 않은 행동 '실망'
힘있는 자가 예의에서 벗어나는 행위하면 더 오만하고 품격 없어보여
기사입력  2018/02/10 [12:22]   이계홍 주필

 

▲펜스 미 부통령(왼쪽)을 접견한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리셉션장을 박차고 나간 것은 외교관례 상  무례한 행동이다. 힘있는 자가 예의에서 벗어나는 행위를 하면 더 오만하고 품격이 없어보인다. 펜스 미 부통령이 9일 평창올림픽 축하 리셉션장에서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은 누가 뭐래도 강대국의 부통령다운 모습이 아니다.

 

뒤늦게 참석한 데다 미국 선수단과의 만찬 때문에 일찍 떠났다고 하는데 궁색한 변명이다. 그렇다면 뭐하러 왔는가. 그가 늦게 리셉션장에 나타남으로써 행사 진행이 뒤죽박죽이 됐는데, 그에 대한 사과도 없이 일방적으로 곧바로 퇴장해버렸다. 리셉션장에 견해가 다른 이들이 와 있다 하더라도 그런 태도는 예의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민을 우습게 아는 오만이 아닐 수 없다결코 혈맹이라는 나라 지도자의 품위있는 자세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는 한국에 오면서도 북에 대해 연일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북한에 대한)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러 간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은 보이지 않은 채 매력 공세위장평화 쇼를 한다” “북한은 자국민을 가두고 고문하며 굶주리게 하는 잔인한 정권이다” 등등.

 

그는 또 북한에 억류당한 후유증으로 숨진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를 데려오고, 천안함 전시관 방문, 탈북자들과의 면담으로 북한의 호전성과 잔학성을 부각했다. 그의 이런 발언이 평화의 올림픽 제전에서 적절한가. 올림픽 행사가 아니어도 북을 향해 그런 말을 얼마든지 쏟아낼 수 있다. 또 그렇게 해왔지 않은가.

 

굳이 말한다면 남북이 모처럼 대화 모드로 들어가는 것을 방해하자는 딴지걸기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발언도 때와 장소, 모임의 성격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것은 예의를 지키고 살아가는 문명인이 지켜야 하는 기본 자세다.

 

북한이 정상국가가 아니고, 특수한 왕조국가, 핵으로 버티는 나라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그래서 미국은 핵잠수함, 스텔스 전투기, 항공모함을 동해안에 집결시키고 여차하면 선제타격으로 부수겠다는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을 비롯한 강경파들이 올림픽이 끝나면 내전을 부추길 태세도 갖추고 있다.

 

이런 긴장고 조의 한반도를 방치할 수 없어 문재인 정부와 IOC(국제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냈다. 더 이상 돌출행동, 인권 탄압하지 말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합류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것. 핵을 가지고 있으면 한반도가 위험하니 핵 동결과 핵 폐기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담을 시작해보자고 실낱 같은 희망을 걸고 불러들인 것이다.

 

▲ 이계홍 본지 주필.   ©브레이크뉴스

 

기본적으로 올림픽 무대에선 정치적 행위는 금지된다. 그런데 펜스는 내놓고 계속 북한을 궁지로 몰아넣는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북한측 대표가 와있는 리셉션장 분위기를 흩뜨려놓고 5분만에 퇴장했다. 그것은 불참보다 더 무례한 행동일 것. 이는 북한더러 싸움을 걸어오라고 유도하는 꼴이나 다름없다.

 

냉전론자, 반북 대결주의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를 초청한 것도 정치행위 아니냐고 따질 것이다. 물론 그렇다. 분명히 정치적 행위다. 올림픽이 정치무대화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평화롭게 살겠다는 의지의 선한 정치행위는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는 행동이라는 것이 다를 뿐이다. 같은 정치적 행위라도 가치가 다르다.

 

우리가 알다시피, 인간의 모든 행위는 정치적 행위로 사회생활을 영위한다. 올림픽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다만 그것이 전쟁을 부추기고, 타국을 위협하고 겁박하는 행동이 아니라 분쟁을 해결하고, 갈등을 조절하고, 화해와 협력으로 가는 정치행위냐 아니냐에 따라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바티칸의 교황이 미사를 집전하면서 무력 침략국가를 비난하고, 전쟁을 멈추라고 요구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메시지를 내보내는 것은 종교의식을 빌려 고도의 정치행위를 하는 행동이다. 정치행위라도 목적에 따라서 구분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쟁중이라도 올림픽 기간엔 전쟁을 멈추는 것이 국제적 관례고 규범이었다. 그런 가운데 평화의 담론을 승화시켜 분쟁을 해결하고 대결을 극복해가는 단초를 마련하는 것이 올림픽 정신이고 가치다. 이것을 펜스 미 부통령은 부정한 셈이다.

 

전쟁 위협과 겁박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도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미국은 알아야 한다. 힘으로 쪄누르고, 분쟁국가로 남겨두어 무기장사를 하겠다는 속마음이 있다면 그것은 평화를 가장한 호전국가다. 북한 역시 도발의 발톱을 숨기고 평창올림픽에 임했다면 똑같은 호전국가로서 보복을 당해야 한다. 그러나 서로 전쟁으로 부딪치면 한반도가 공멸한다. 그것을 막기 위해 평창 테이블이 마련된 것이다. 펜스는 이 뜻을 묵살했거나 외면했다.

 

펜스는 대화가 아닌 힘으로 평화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듯하다. 그 힘이라는 것이 전쟁일 것은 빤하다. 전쟁에서 평화를 찾는다는 것은 시궁창에서 맑은 물 뽑아낸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미국은 우리나라에 자유민주주의를 수출해 성공한 나라다. 그런 미국 정신에 가장 부합한 정부가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라고 생각한다. 절차적 민주주의에 충실하고, 반칙 불법 오만으로 세상을 지배한 구세력을 청산해 인권이 살아나고,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거부세력이 완강히 버티고 있다 보니 속도가 잘 나지 않지만 미국적 가치에 충실히 따르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미국은 극우방송 진행자 출신 펜스 같은 정치인도 있고, 트럼프와 같은 예측 불가능한 지도자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양식을 지키고 자유민주주의와 자유, 정의를 신봉하는 국민이 더 많을 것이다. 그들에 의해 미국이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극단론자는 어느 시점에 가면 소멸되는 것이 역사의 귀결이다.

 

미국이란 나라는 불법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 소장, 전두환 소장도 한때는 반대했지만 밀어붙이니까 용납해주었다. 하물며 민주적 가치를 충실히 따르며 평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정부를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양식있는 대다수 미국민을 믿고 문 정부는 평화정착을 목표로 자신있게 나가기 바란다.

 

이젠 우리도 그릇된 미국의 지도자가 있다면 꾸짖어야 한다. 아무리 선한 미국이라도 나쁜 일을 하면 나쁜 것이다. khlee0543@naver.com

 

*필자/이계홍. 소설가. 본지 주필.


원본 기사 보기: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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